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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콘텐츠 세계화에 허브가 되고 싶다” 베테랑 영화프로듀서 3인방이 WCNA 만든 이유 [인터뷰]

“세계는 K콘텐츠를 궁금해하고 있어요. 그걸 같이 키워 나가는 가교 역할을 하려 합니다.”봉준호 감독의 ‘마더’ ‘설국열차’ 등을 프로듀싱한 박태준PD와 ‘감시자들’ ‘검은사제들’ ‘브로커’ 등을 함께 한 송대찬PD, ‘고요의 바다’ 등에 참여한 조영욱PD. 각각 버디필름, 영화사테이크, 스토리지 대표이기도 한 세 베테랑 영화 프로듀서들이 한 데 뭉쳤다.이들은 K콘텐츠의 세계화를 위해 WCNA(World Contents Network Agency)라는 에이전시를 설립했다. 그간 국내 투자사들에 한정돼 있던 K콘텐츠의 투자를 글로벌로 확장시키는 한편 해외 제작사들과 IP를 활용한 공동 제작, 현지 배급을 추진하며 해외 콘텐츠들의 한국 프로듀싱 유치를 도모하기 위함이다.이미 해외에선 PSN(Production Service Network) 같은 프로듀서 에이전시들이 활발히 글로벌 네트워킹을 통한 일들을 하고 있다.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 헝가리 로케이션 등 K콘텐츠의 해외 촬영뿐 아니라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토르’ ‘인터스텔라’ 등도 PSN과 협업했다. PSN은 지난해 말 WCNA와 협업을 논의하려 관계자들이 한국에 방문하기도 했다.박태준PD는 “2019년 한국영화를 비롯해 K콘텐츠가 정점이었다. 그러다가 코로나19라는 홍수가 왔다. 물이 넘쳐서 다들 흘러가는데, 우리 같은 개미들이 뭉치면 조금은 안전하게 떠내려 갈 수 있지 않을까, 그러다가 땅에 도달할 수 있지 않을까 논의했던 게 시발점이었다”고 WCNA 시작을 소개했다. 고민은 오래 됐다. 많은 프로듀서들이 다양한 기획을 준비하지만 국내에선 투자가 안돼 사장되는 것이 너무 많다는 현실에 대한 고민이었다. 박PD는 “좋은 IP가 투자가 안돼 그냥 사장되기 보다 해외에서 돈을 끌어와 공동으로 제작하는 방식을 고민했다. 현재 K콘텐츠에 대한 관심이 워낙 커졌을 뿐더러 제작시스템에도 관심이 커졌기에 우리가 해외와 같이 일을 할 수 있는 방식에 대해서도 논의할 필요가 있어졌다”고 설명했다. 마침 박PD는 ‘설국열차’ 등을 프로듀싱했기에 글로벌 협업에 대한 노하우가 있었던 터다. 송대찬PD는 “시나리오를 그냥 번역하는 게 아니라 영화언어로 그 나라에 맞게 번역하는 것도 전문성이 있어야 한다. 계약 과정도 한국과 차이가 있다. 그동안 해외에서 러브콜이 와도 그걸 개개인이 다 했는데 이 부분을 전문적으로 도와주고 협업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려 했다”고 밝혔다. 송대찬PD는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첫 한국영화 ‘브로커’에 기획부터 참여했기에 그렇게 쌓은 노하우가 상당하다. 조영욱PD는 “제가 시나리오 등에 노하우가 있고 두 분은 프로듀싱, 해외와 협업 등에 특장점이 있다”면서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뭉쳤는데, 현재 해외와 협업을 논의 중인 프로젝트가 벌써 15개 가량 된다”고 전했다. WCNA 협업 스태프로 ‘기생충’ 홍경표 촬영감독, ‘수리남’ 고락선 촬영감독, ‘킹덤’ 김태성 촬영감독을 비롯해 ‘오징어게임’ ‘아가씨’조상경, ‘기생충 ’최세연 의상실장, ‘기생충’ 등을 영어번역한 달시 파켓, ‘별에서 온 그대’ 일어번역을 맡은 김연이, ‘아가씨’ 김은주 등 쟁쟁한 사람들이 이름을 올렸다. 이들의 글로벌 연결고리를 WCNA가 맡는 만큼, 인적 네트워크에 대한 기대감이 커질 수밖에 없다.송대찬PD는 “K콘텐츠의 네트워크 허브가 되고 싶다. 현 상황에서 한국시장만 기다리고 바라보면 안된다. K콘텐츠의 투자와 마켓을 전세계로 확장시켜야 한다”면서 “그러기 위해 프로젝트별로 해외 마켓에 알리고 세일즈, 인큐베이팅도 같이 하려 한다”고 설명했다. 현재 WCNA는 K콘텐츠 시리즈를 ‘미나리’ 등을 만든 미국 A24와 논의 중이며, ‘하모니움’으로 칸국제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 심사위원상을 받은 후카다 코지 감독 신작을 글로벌 프로젝트로 진행 중이다. 또한 세계 영화교과서에 실린 일본 거장의 유명 작품 리메이크를 일본 회사와 막바지 협의 중이며, 해외 원작을 바탕으로 K팝그룹 아이돌과 걸그룹 출신 배우를 캐스팅해 아시아 시장 동시 개봉을 목표로 진행 중이다. 도에이 출신 유명 프로듀서의 회사와 한국과 일본 공동 투자제작배급 작품도 논의 중이다. 특히 일본시장은 적극적으로 협업이 한창이다. 박태준PD는 “일본은 단순히 한국과 IP 작업을 함께 하는 것을 넘어 K콘텐츠 제작 시스템을 배우는 데까지 열심이다”면서 “현장에 일본 회사 사람들이 오면 이 모니터는 왜 있는지, 현장 편집은 어떻게 하는 건지 일일이 메모를 한다”고 전했다. 송대찬PD는 “K콘텐츠에 대한 글로벌 관심이 높아진 만큼 많은 것을 배우고 같이 하려는 움직임이 있다”면서 “이 기회를 빌려 K콘텐츠 시장 확장을 위해 다방면으로 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미국과 일본, 태국 등 다양한 나라 관계자들을 만나면 K콘텐츠, 한국 프로젝트들을 무척 궁금해 해요. 하지만 정작 한국에선 경기가 어려우면서 K콘텐츠에 대한 투자 등이 많이 줄었죠. 그렇기에 2024년에는 국내 프로젝트 투자 유치를 해외에서 하고 마켓에 같이 참여하는 게 주된 목표예요.”이들이 또한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20대 신인감독들의 프로젝트를 해외에 적극적으로 피칭하는 것이다. 일부 유명감독이 선의로 후배 신인감독을 해외 시장에 연결시켜주고 있지만, 한 사람의 선의에 기댄 작업은 제도로 정착하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박태준PD는 “경기가 어려워지면서 재능 있는 신인감독들의 기회가 많이 줄었다. 세컨드 찬스를 얻는 건 더욱 어려워졌고”라면서 “K콘텐츠의 미래는 결국 젊은 창작자인 만큼 프로듀서들이 그 길을 열어 제도화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위기가 곧 기회라는 말은 흔하지만, 결국 기회는 준비된 사람만 잡을 수 있는 법이다. WCNA의 시작은 미약하지만 2024년은 그 결실을 얻는 원년이 될 것 같다. 전형화 기자 brofire@edaily.co.kr 2024.01.03 0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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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류 신대륙①] 美 이어 중동까지 빗장 풀었다! 한류의 신대륙 개척은 ing

한류가 21세기의 콜럼버스다. 한류의 지평이 넓어지고 있다. 세계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중심지 미국의 벽을 당당히 넘고, 안주하기는 커녕 계속해 새로운 문화권, 새로운 시청자들을 포섭하며 그 영향력을 확장해가고 있다. 문화 콘텐츠에 대한 기준이 확고한 아랍 시장마저 이제 K콘텐츠를 롤모델로 삼고 적극적인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특히 그간 한류로 크게 주목받지 못 했던 사우디아라비아와 싱가포르에서의 변화가 두드러진다. 일간스포츠는 3회에 걸쳐 신대륙을 찾아 나선 한류 탐험을 눈여겨봤다.〈편집자 주〉 그룹 (여자)아이들의 미니 5집 ‘아이 러브’(I love)가 메인 앨범차트 ‘빌보드 200’에 71위로 처음으로 이름을 올렸다. (여자)아이들 활동 사상 첫 ‘빌보드 200’ 진입이자 미국 내 대형 음반사를 통하지 않고 이룬 성과라 더욱 의미 깊다. 이는 곧 K팝이 미국 시장에서 더 이상 낯설지 않음을 의미한다. 한국에서 인기가 있는 음악이 팝의 중심인 미국에서도 먹힐 수 있다는 방증이다. 최근 한류가 그 지평을 더욱 넓히고 있다. 그룹 방탄소년단(BTS)이 ‘빌보드 200’ 정상에 외국인 가수로는 오랜만에 이름을 올린 이후 빌보드는 더 이상 우리에게 멀지 않은 이름이 됐다. 방탄소년단을 비롯해 블랙핑크, 세븐틴 등 많은 K팝 스타들이 ‘빌보드 어워즈’, ‘MTV 비디오 뮤직 어워즈’, ‘피플스 초이스’ 등 미국 주요 시상식에 노미네이트 되고 레드카펫에 초대받는다. 지난해엔 넷플릭스 한국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이 전 세계를 흔들었고, 그 이전에는 윤여정에게 ‘아카데미 시상식’ 여우조연상을 안긴 영화 ‘미나리’와 역시 ‘아카데미 시상식’을 점령한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있었다. 전 세계 쇼 비즈니스의 중심이라 불리는 미국 시장에서 최근 몇 년간 이토록 뜨겁게 각광받은 해외 콘텐츠가 있을까 싶을 정도로 K콘텐츠의 위세가 대단하다. 그런데도 한류는 편안함에 안주하지 않고 계속 새로운 대륙, 새로운 문화권을 매료시키기 위해 나서고 있다. 한류가 요즘 특히 주목하는 지역은 사우디아라비아다. 최근 ‘사우디 비전 2030’을 선포, 국가 차원에서 다양한 문화 콘텐츠를 제공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에 따라 지난 6월 사우디아라비아의 문화부 장관인 바데르 빈 압둘라 파르한 알 사우드 왕자가 직접 한국을 방문, 국내 정부 부처 및 한국문화재재단 등 문화업계 주요 관계자들과 만나 양국의 문화 교류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이때 CJ ENM과 문화적 교류 및 협업 강화를 골자로 하는 협정서를 체결, 수도 리야드에서 케이콘(KCON)이 열릴 수 있었다. 케이콘은 한국의 대중문화와 컨벤션을 결합한 페스티벌이다. K팝, K영화, K드라마, K웹툰, K뷰티, K푸드 등을 모든 K컬처를 아우르는 대잔치다. 올해로 10주년을 맞은 케이콘이 사우디아라비아에서 개최된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싱가포르 역시 최근 한국과 활발한 문화 교류를 진행하며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한국과 싱가포르의 첫 합작영화 ‘아줌마’가 지난 ‘제27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상영됐다. 싱가포르관광청이 지원한 드라마 ‘작은 아씨들’을 통해 싱가포르의 아름다운 풍경이 한국 안방극장 시청자들에게 전달되기도 했다. 아시아 최대 OTT 플랫폼 뷰(Viu)에서는 싱가포르를 비롯해 인도네시아, 홍콩, 말레이시아 등 아시아 각국에서 한국 콘텐츠에 큰 열광을 보낸다는 수치와 순위가 지속해서 나오고 있다. 문화는 한 곳에 고이지 않고 흐른다. 국경과 문화, 언어를 넘나든 교류를 통해 한류의 물줄기는 더 거세지고 새로워진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싱가포르에서 싹트는 새로운 한류의 물결이 또 어떻게 이어지고 퍼져나갈지 관심이 모인다. 정진영 기자 afreeca@edaily.co.kr 2022.11.04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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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 음악가에 대한 가감없는 고찰… JIMFF ‘소나타’로 영화제 문 활짝[종합]

‘제18회 제천국제음악영화제’가 개막작 ‘소나타’로 영화제의 힘찬 시작을 알렸다. 11일 제천 충청북도 제천시 메가박스 제천에서는 ‘제18회 제천국제음악영화제’ 개막작인 ‘소나타’ 언론 시사 및 기자회견이 진행됐다. 이 자리에는 ‘소나타’를 연출한 바르토즈블라쉬케(BartoszBlaschke) 감독과 주연 배우 미하우 시코르스키(Michal Sikorski), 영화 주인공의 실제 모델인 뮤지션 그제고즈플론카(Grzegorz Plonka)가 자리했다. ‘소나타’는 청각장애를 가진 뮤지션 그제고즈플론카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폴란드 영화다. 음악에 대해 강한 집중력을 발휘하는 장애인 뮤지션을 깊이 있게 연기할 만큼 연기력이 출중하고 피아노 실력도 좋은 배우를 찾고자 노력했다는 블라쉬케 감독은 “사실 영화를 빠르게 찍을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적절한 배우를 찾지 못할까봐 걱정을 많이 했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처럼 확실히 연기적인 재능이 있으면서도 피아노 실력이 좋은 26살 정도의 배우를 원했고, 오디션에서 미하우를 봤다”고 오디션 때를 회상했다. 이어 “사실 우리가 본 사람이 배우가 아니라 진짜 장애인인 줄 알았다. 속았다는 느낌까지 받았다”며 미하우 시코르스키를 캐스팅한 이유를 공개했다. 그제고즈플론카는 청각장애를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어릴 때 제대로 장애를 진단받지 못 해 자폐인인 줄 알고 오랜 시간을 보냈다. 이 탓에 언어적 자극을 받아야 할 5~6세 시절 어떠한 소리도 듣지 못한 채 지내야 했다. “어떻게 내가 청각장애인인 걸 모를 수가 있느냐. 흘려보낸 세월이 너무 아깝다”고 소리치는 영화 속 그제고즈의 대사는 장애인들이 처한 현실이 얼마나 열악한지, 장애인과 그 가족에게 얼마나 많은 고충이 있는가를 생각하게 한다. 플론카는 “이 영화는 폴란드에서 장애인들이 어떤 상황에 처해 있는지를 보여주는 영화이면서 내가 겪었던 상황들을 보여주는 영화다. 여기에 음악까지 같이 들어가 잇어 내게는 개인적으로 중요한 작품이라 할 수 있다. 여러분들께도 감동을 일으켰으면 한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제천국제음악영화제’는 그동안 코로나19로 인한 팬데믹 상황 때문에 규모를 축소하고 온라인과 진행을 병행했다. 오랜만에 정상화된 만큼 많은 영화인들도 설레는 마음을 드러내고 있다. 블라쉬케 감독은 “사실 폴란드에서는 방역수칙이 더는 없고 마스크도 착용하지 않는다. 때문에 팬데믹은 거의 잊힌 상태고 요즘은 우크라이나 전쟁에 더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면서도 “한국에 오게 돼 좋다. 기대 이상이다. 유럽인에게는 아주 신기한 나라”라고 이야기했다. 대기실에서 박찬욱과 봉준호 감독의 이름을 한국어로 어떻게 제대로 발음하는지 물었을 만큼 한국 작품에 관심이 많다는 그는 “한국 영화에서 봤던 많은 장소들을 실제로 볼 수 있었기 때문에 만족하고 있다”며 기쁜 심경을 표했다. 11일 개막작 시사화 개막식으로 영화제의 문을 활짝 연 ‘제18회 제천국제음악영화제’는 오는 16일까지 진행된다. 한국을 대표하는 음악영화 감독들과 영화계 인사들의 방문이 예정돼 있어 영화 팬들의 높은 관심이 기대된다. 정진영 기자 afreeca@edaily.co.kr 2022.08.11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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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친코’와 ‘야차’의 ‘1인치 장벽’ 허물기

‘한류’라는 말이 무색한 시대다. K콘텐트가 전 세계로 뻗어 나가며 글로벌 무대에 안정적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에 많은 한국 콘텐트가 전 세계적인 흐름에 발맞추기 위해 힘쓰고 있다. 탄탄한 스토리텔링, 배우들의 열연을 등에 업은 K콘텐트들이 봉준호 감독이 언급한 ‘1인치의 장벽’, 즉 언어의 장벽을 낮추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그 예다. 애플TV+ 오리지널 시리즈 ‘파친코’와 넷플릭스 영화 ‘야차’에 나오는 배우들은 3개 또는 4개 언어를 넘나들며 배역을 소화한다. 글로벌 프로젝트라는 점을 앞세운 ‘파친코’는 한국어를 기반으로 영어, 일본어 3개 국어로 제작됐다. 여기에 그 시절 부산, 제주 사투리까지 구현해내며 현실성을 더했다. 한국 부산, 미국 뉴욕, 일본 오사카를 오가는 다양한 인물의 대사가 만들어지기까지 배우와 스태프들의 노력이 있었다. 3개 국어를 쓰는 솔로몬 역을 맡은 한국계 미국인 배우 진하는 ‘파친코’를 위해 일본어를 배워 연기했다. 진하는 “일본어의 능숙함과 한국어의 어눌함을 조율하는 기술적인 부분을 습득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렸다. 7개월 동안 석사 논문을 하듯 임했다”고 밝혔다. 그런가 하면 ‘파친코’ 스태프들은 번역, 사투리 전문가들의 힘을 빌려 대본을 번역했다. 영어를 한국어로 자연스럽게 번역하고 이를 설득하는 과정을 거쳤다. 알맞은 뉘앙스를 찾지 못한다면 다른 영어 문장을 받기도 했다. 사투리를 자문해준 전문가는 “‘파친코’가 용감한 결정을 했다. 외우기도 까다로워서 배우가 안 되겠다고 하면 농도를 낮추려고도 했다. 그런데 (배우들이) ‘연습하면 다 할 수 있다’며 훌륭하게 소화해줬다”고 전했다. 설경구와 박해수는 ‘야차’ 속 상당한 양의 일본어, 중국어 대사를 위해 외국어 연기가 필수였다. 영화 ‘역도산’에서 능숙한 일본어를 선보인 설경구는 ‘야차’를 통해 중국어에 도전, “외국어는 무조건 연습만이 살길”이라며 반복을 강조했다. 영어까지 소화해야 했던 박해수는 “외국어 연습에 시간을 많이 투자했다”고 힘주어 말했다. 실제로 ‘야차’를 연출한 나현 감독은 외국인 배우들과 호흡을 맞춰야 한다는 점에서 언어적 문제를 중요하게 여겼고, 외국어 연기의 정교함을 위해 촬영 현장에 중국어, 일본어 선생님을 배치했다. 배우들은 달달 외운 대사를 현장에서 체크를 받았고, 그 자리에서 교정했다. 완벽하지 않았던 부분은 후시 녹음을 통해 추가했다. 그런가 하면 K콘텐트의 열풍은 한국어에 대한 장벽도 낮추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대사의 50% 이상이 한국어로 된 이야기는 외면당하거나 ‘영어 비중을 높여달라’는 요구를 받았다. 그러나 최근에는 한국어 비중 60~70%의 드라마도 다시 들여다보는 분위기다”고 말했다. 이세빈 인턴기자 2022.04.14 0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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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③] '당신은' 최희서 "日배우들과 리딩 때 '기생충' 아카데미 수상 울컥"

오로지 영화로 소통했다. 영화 '당신은 믿지 않겠지만(이시이 유야 감독)' 개봉을 앞둔 최희서는 25일 진행된 화상 인터뷰에서 "이 영화의 궁극적 메시지가 무엇이라 생각하냐"는 질문에 "우리 영화의 큰 소재이자 주제가 말로 표현할 수 없고, 말로 표현하지 않아도 되는 감정들이다"고 운을 뗐다. 최희서는 "극중에서 내 싱글 CD가 나온다. 노래 제목이 '아무 말도 필요없어'라는 제목인데, '말을 하지 않아도 소통이 될 수 있는 감정들이 있다'고 감독님이 믿으셨고 그런 분위기가 영화에도 반복적으로 나온다. 그 감정은 가족간의 사랑이 될 수 있고, 형제, 아들과 아버지, 오빠와 동생, 남녀의 사랑 등 모든 것이 될 수 있다. 언어의 장벽을 넘어 전달되는 것이 있다. 눈을 보면 알 수 있고, 함께 맥주를 마시고 밥을 먹으면 공유할 수 있는 감정들이 소중하다. 그런 것을 관객 분들도 느꼈으면 좋겠다"고 진심을 표했다. 이어 "이 영화의 작업 막 시작했을 때 '기생충'이 해외 수상을 휩쓸고 있었다. 그리고 전체 리딩 날 아카데미시상식이 생중계 됐는데, 봉준호 감독님께서 상을 받으시고는 '영화에는 국경이 없다'는 이야기를 하셨을 때, 울컥했다. 일본 배우들과 함께 리딩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나에게는 더 와 닿았던 이아기였다"고 밝혔다. 최희서는 "분명 이 작업을 하다보면 한일관계 이야기도 많이 나올텐데, 어쨌든 나는 눈 앞에 있는 배우를 국적을 떠나 한명의 배우로서 소통하고 연기하는 것에 집중하고 싶었다. 최종적으로는 그런 영화가 나온 것 같아서 만족도가 높다"고 강조했다. "한일관계가 악화됐을 때 작업을 하기도 했다"는 말에는 "영화에도 '한국인들이 일본인들에 대해 갖고 있는 부정적 감정이 몇 %고'라는 식의 대사가 나온다. 그 대사가 처음 받았던 시나리오에는 없었다. 감독님께서 한 두달 정도 한국에 직접 체류하면서 느꼈던 한일 관계, 갈등에 대해 어떻게 받아들이고 넘어서 영화를 찍어 가야할지에 대해 고민 많았던 것 같다"고 털어놨다. 최희서는 "결국 사람과 사람이 만나 연기를 하고, 언어는 통하지 않아도 눈을 보고 감정을 교류하다 보니까 외교적 문제에 대해서는 이야기 할 틈이 없었다. 우리는 지금 강릉에서 영화를 같이 찍고 있고, 영화라는 하나의 목적이 있다보니 그 목적을 공유하는 사람들끼리의 전우애가 있었다. 그래서 (외부적 문제에) 영향을 받거나 의식을 하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당신은 믿지 않겠지만'은 서로 다른 마음의 상처를 가진 일본과 한국의 가족이 서울에서 우연처럼 만나 운명 같은 여정을 떠나는 힐링 미라클 드라마다. 최희서는 극중 오빠와 동생의 뒷바라지를 위해 원치 않는 무대에서 아무도 듣지 않는 노래를 부르는 솔을 연기했다. 이번 영화는 일본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한국 제작 방식에 맞춰 한국 스태프들과 한국에서 올 로케이션을 진행한 프로젝트로도 주목도를 높인다. 최희서를 비롯해 이케마츠 소스케, 오다기리 죠, 김민재, 김예은 등 한일 양국의 연기파 배우들이 의기투합했다. 28일 개봉한다. 조연경 기자 cho.yeongyeong@joongang.co.kr 사진=사람엔터테인먼트 2021.10.25 1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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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회 BIFF] '킹덤' 김성훈 감독 "봉준호 감독→'오징어 게임', 1인치 장벽 무너져"

넷플릭스 시리즈 '킹덤'으로 전 세계를 사로잡은 김성훈 감독이 영화 '기생충'부터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 게임'까지 한국 콘텐트가 언어의 장벽을 넘어 사랑받고 있는 현상에 대한 생각을 밝혔다. 김성훈 감독은 13일 오후 온라인으로 생중계된 제26회 부산국제영화제 '영화 만들기와 드라마 만들기' 오픈토크에서 "해외 뉴스 등에서 '오징어 게임'이 회자돼 동료 감독으로서 자랑스럽고 행복하다"고 말했다. 이어 "비단 근래의 문제가 아니라, 예전부터 축적된 문제가 있었다. 5000만 밖에 쓰지 않는 한국어라는 언어적 제약이 있었다"며 "넷플릭스와 디즈니 등 OTT 플랫폼이 언어적 한계의 족쇄를 풀어주니 마음껏 날아다니는 것이 아닐까"라고 했다. 또 김 감독은 "'기생충'의 봉준호 감독이 말한 '1인치의 장벽', 그 장벽이 무너지는 순간이다. 그러한 과거의 장애물로부터 벗어나서 한국 콘텐트가 각광받고 있는 것 같다. 수많은 작품들이 그런 코스로 가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넷플릭스 시리즈 'D.P.'의 한준희 감독 또한 "한국의 창작자들이 굉장히 잘 만든다. 한국 사회가 다이나믹하지 않나. 영화는 그런 동시대성을 반영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지점이 한국 콘텐트로 하여금 다이나믹한 대한민국을 비틀기도 하고 직설적으로 보여주게 한다. 여러 함의를 보여줄 수 있어 많은 분들이 한국 콘텐트를 좋아하게 된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박정선 기자 park.jungsun@joongang.co.kr 2021.10.13 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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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 언론들 “한국 문화가 어떻게 세계를 정복했나” 조명

영국 언론들이 한류를 주목하고 있다. 넷플릭스 ‘오징어 게임’, 방탄소년단(BTS), 영화 ‘기생충’ 등 연달은 한류 콘텐트의 히트를 보며 한류를 분석하고 있다. 영국 더 타임스 일요판은 최근 ‘한류! 한국 문화가 세계를 어떻게 정복했나’(Hallyu! How Korean culture conquered the world)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최근 한국문화 인기를 다루었다. 더 타임스는 “우리는 이제 모두 K-팬이다. 그러나 ‘오징어 게임’의 인기가 갑작스러운 것이 아니다. 이는 정부가 야심 차게 수십년간 기획해 나온 산물이다”고 보도했다. 더 타임스는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1993년 ‘쥬라기 공원’ 수입이 현대자동차 수출보다 성과가 더 좋다는 계산이 나오자 한국 정부가 엔터테인먼트 산업 육성과 수출 계획을 세우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28년이 지난 지금 우리는 비빔밥을 먹듯이 한국 문화를 소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더 타임스는 넷플릭스 상위권에 오른 ‘갯마을 차차차’도 소개하고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의 영국 내 상업적 성공도 거론했다. 또 BTS는 유명 밴드 콜드플레이마저 얹혀 가려고 할 정도로 명성이 대단하며, 이들이 협업한 ‘마이 유니버스’는 2012년 싸이의 ‘강남스타일’ 라이벌이 될만하다고 했다. 뿐만 아니라 한국 치킨 버거는 모든 영국 펍 메뉴에 오른 듯하고 K뷰티 산업은 2027년 139억 달러(16조6천억원) 규모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블랙핑크 멤버들은 최근 파리 패션쇼에서 샤넬과 디올 쇼의 앞줄을 차지했으며, 한복, 김밥, 만화, 한류 등의 한국 관련 단어 26개가 지난주 옥스퍼드 사전에 새로 실렸다고 소개했다. 더 타임스는 특히 한국 문화산업 첫 대형 수출품은 드라마로, 좋은 품질과 일본 경쟁작들에 비해 저렴한 가격으로 동아시아, 중동, 인도를 휩쓸었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제는 엔터테인먼트 업체들이 서구 시청자들을 공략하기 시작했으며, 넷플릭스 등과의 협업으로 목표를 향한 길이 열리고 있다고 했다. 대기업들도 K팝 발전과 세계 시장 진출에 큰 역할을 했다고 더 타임스는 분석했다. 삼성과 현대차는 BTS 스폰서로, 이런 지원이 금세 성과를 냈다. BTS의 한국 경제 기여는 연간 50억 달러(6조원)로 추정된다고 했다. 데일리 메일 온라인판도 8일 ‘어떻게 한류가 영국에서 주류가 됐나’(How Korean culture became mainstream in the UK)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한국 음식, 패션, 음악에 이어 한국어까지 영국에서 흔하게 접할 수 있다고 전했다. 매체는 ‘기생충’과 싸이, BTS, 블랙핑크 등 영국에서 유명한 한국 문화 아이콘들을 상세히 소개했다. 또 김치, 고추장, 쌈장 등 한국 식품 인기도 전했다. 유명 슈퍼마켓 체인인 막스&스펜서에서 고추장 판매가 200% 이상 증가했고 한국음식 반조리식품 판매는 250% 뛰었다. 언어 학습 앱인 듀오링고에서는 ‘오징어 게임’ 공개 이후에만 한국어 학습자가 76% 증가했다. 데일리 메일은 한국 문화 인기 흐름이 조만간 사라질 것 같지는 않다고 진단했다. 이현아 기자 lee.hyunah1@joongang.co.kr 2021.10.11 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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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국제여성영화제, 배두나 특별전 'SWAGGIN' LIKE 두나' 개최

제23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가 한국영화를 넘어 글로벌한 배우로 입지를 다지고 있는 배우 배두나의 특별전 ‘SWAGGIN' LIKE 두나’를 개최한다고 23일 밝혔다. 배두나 특별전 ‘SWAGGIN’ LIKE 두나’를 기획한 김현민 프로그래머는 “그에게는 언어나 제작 국가, 심지어 캐릭터가 인간인가 비인간인가 하는 것마저 문제가 되지 않는다. 경계를 가뿐히 넘나들고 희미하게 지우며, 오히려 우리에게 장벽이란 무엇인가 하는 질문을 던진다”라며 배두나를 향해 아낌없는 찬사를 보냈다. 이어 “어떤 층위에 있는 캐릭터를 맡아도 자기화하면서, 인물을 현실 위에 단단히 두발 딛게 만드는 구체성이 있다. 필모그래피에서 배우의 정수를 만날 수 있는 작품을 고심 끝에 선택했다”라고 밝혔다. 배두나 특별전 ‘SWAGGIN’ LIKE 두나‘에서는 스무 해가 넘는 동안 장르와 경계를 넘나들며 자신만의 리듬으로 걸어온 길을 관객과 함께 돌아본다. 영화 '플란다스의 개'(봉준호 감독, 2000), '복수는 나의 것'(박찬욱 감독, 2002) 등 초기작부터 일본 진출작인 '린다 린다 린다'(야마시타 노부히로 감독, 2006), 영화 '괴물'(봉준호 감독, 2006), '공기인형'(2010), '코리아'(문현성 감독, 2012), '도희야'(정주리 감독, 2014) 등 7편의 작품이 엄선됐다. 제23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는 8월 26일부터 9월 1일 까지 총 7일 동안 메가박스 상암월드컵경기장과 문화비축기지에서 열린다. 박정선 기자 park.jungsun@joongang.co.kr 2021.07.23 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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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BTS 공연·기생충 VR 보러왔다가 한글에 '눈길'…태싯그룹의 도전

미디어 아티스트 태싯그룹 (멤버 장재호·가재발)이 프랑스 파리에서 한글을 알린다. 프랑스 파리에 있는 유네스코 본부에서 '한국: 입체적 상상' 전시회가 3주간 열린다. 16일부터는 온라인 전시관을 개관해 전 세계 누구라도 감상할 수 있게 한다. 이번 전시는 유엔(UN)이 지정한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국제 창의경제의 해'를 맞아 코로나19 이후 새로운 미래에 대한 한국의 상상력을 세계인들과 공유하기 위해 문화체육관광부와 유네스코 사무국 문화다양성 협약 부서의 공동 주최로 진행된다. 전시에선 영화 '기생충'과 BTS 콘서트 등 한류 대표 콘텐트를 색다른 방식으로 경험할 수 있게 했다. 방탄소년단의 '맵 오브 더 솔 원'(BTS MAP OF THE SOUL ON:E) 공연 무대를 3면이 LED로 된 정육면체 공간 속에서 실감 콘텐트로 전시했고, VR 기기를 통한 360도 실감 영상으로도 공연을 만날 수 있다.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을 활용한 가상현실 콘텐트는 몰입감을 극대화하는 음악과 함께 박 사장 저택의 거실과 지하공간, 기택의 반지하 집 등 영화의 배경 속으로 실제 들어간 것 같은 체험을 제공한다. 이들과 나란히 전시작을 내놓은 태싯그룹은 전자음악 작곡가 장재호와 테크노 뮤지션 가재발이 2008년 결성한 2인조 미디어아트 팀이다. 컴퓨터 프로그래밍에 의한 알고리즘 아트 작업을 멀티미디어 공연, 인터랙티브 설치 등의 형식으로 발표해 왔다. 2009년 여름 두산아트센터에서의 단독공연을 시작으로 2010년 팸스 초이스(PAMS Choice) 선정, 2011년 덴마크의 45년 역사를 가진 오르후스 페스티벌(Aarhus Festuge)에 개막작으로 초대되는 등 세계적으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유네스코 본부 전시에 올라간 'Morse ㅋung ㅋung'은 한글의 창제 원리를 이용한 작품으로, 언어 전달을 넘어 추상성과 조형성을 눈과 귀로 동시에 알려주는 예술의 매개체로서의 한글을 보여준다. 원래는 현장감을 강조한 공연 형태로 선보였다가 지난해 11월 예술의 전당 서예박물관에서 개최된 'ㄱ의 순간'을 통해 전시 작품으로 형태를 바꿨다. 태싯그룹은 "앞으로도 미술과 음악 경계를 넘나들며 다양한 형태의 전시를 보여주겠다"는 다짐으로 인터뷰에 임했다. -한국에서 미디어아트하면 백남준이 가장 먼저 떠오르는데 그 계보를 잇는 건가. 장재호 "애매하긴 한데 넓게 보면 그럴 수도 있고, 좁게 본다면 다르다. 우리는 미니멀리즘 전자음악에 바탕을 두고 있다. 백남준은 더 미술 쪽에 가깝고, 우리는 음악 쪽에 가깝다." 가재발 "백남준를 연구하신 분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원래 백남준은 음악 전공이라고 한다. 그런 의미에서 봤을 때는 비슷하다. 주변에선 계보를 이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하지만 시도하는 분야가 조금 달라서 보는 사람 관점에 맡길 수 있다." -태싯그룹도 결성 10년이 넘었다. 다양한 국제 무대에서 이름을 알려 알아보는 분들도 있겠다. 장재호 "처음엔 공연 중 나가는 관객도 많고 보면서도 무얼 하는지 이해 못하는 분들도 있었다. 지금은 마니아 층들이 많이 생긴 것 같고 이해하는 분들도 많이 생긴 것 같다." -이과적 산물인 알고리즘과 예체능인 음악의 만남은 어떻게 시작됐나. 가재발 "음악은 완전히 산수다. 어떻게 악상을 떠올렸냐는 질문에 '해변가 고래를 보면서 영감을 얻었다'는 답변들은 내가 봤을 땐 완전히 거짓말이다. 코드로 이뤄진 음악은 수학적으로 짜인 틀 안에서 만들어진다." 장재호 "중세 이전으로 돌아가면 철학자가 음악가이고 음악가가 수학자였다. 수학, 과학, 음악이 다 연결돼 있다." 가재발 "학교에서 이안니스 크세나키스(Iannis Xenakis)라는 그리스 작곡가를 배우는데 건축 전공이다. 건축도 수학적인 것 아닌가. 다 물려있는 분야들이다." 장재호 "수학에서 정의하는 알고리즘과 우리의 알고리즘은 다른 것 같다. 음악사에서 모차르트가 주사위를 던저셔 음악을 만들기도 했다는 내용이 있다. 바흐의 '음악의 헌정'은 뫼비우스 띠처럼 한 사람이 순행하고 다른 사람은 역행해 하나의 음악이 된다. 이런 것들이 알고리즈믹하다고 볼 수 있다." 가재발 "서로 '우리가 알고리즘 뮤직인가'라고 이야기한 적도 있다. 정확히는 시스템이란 단어에 가깝다. 시스템을 만들어 놓고 그 시스템 안에서 아이디어를 채워가는 형태다. 커피머신이란 시스템을 예로 들면 커피, 설탕, 우유의 다양한 배합으로 새로운 작품을 꺼내는 거다." -코로나 시국에 전시 위주라 아쉬움도 있겠다. 가재발 "코로나19 이전부터 전시에 대한 고민을 했다. 공연은 그 시간에 와야지만 보는데 전시는 한 달 내내 다 볼 수 있다. 오디오 비주얼 장르 자체가 독립된 전시로 옮기기에 욕심이 나는 분야다. 불가능한 것이 아니기에 전시로도 즐기는 방법을 생각을 오래 전부터 해왔다." -이번 파리 유네스코본부에선 어떤 형태를 전시했는지. 장재호 "원래는 연주자가 한글을 타이핑하면 글자가 음악이 만들어지는 앙상블 형태였는데 전시로 풀었다. 모든 장비를 들고 가려고 했는데 코로나 상황으로 여건이 안 되어서 프로젝트로 쏘는 버전으로 전시하고 있다. 일종의 영상 콘텐트다. 유네스코 온라인 전시도 곧 오픈을 하는데 거기에선 이전에 설치한 것들을 가상으로 볼 수 있다." -방탄소년단, 기생충 보러 왔다가 태싯그룹의 존재를 알게 될 분들도 있을텐데 조언을 해준다면. 가재발 "무책임한 발언일 수도 있지만 시간을 들이면 명확하게 이해할 수 있다. 2010년에 링컨 센터에서 공연을 했는데 그때 디렉터가 원한 작품 중 하나가 한글이 나오는 것이다. 미국에서 하니까 영어로 보여주려고 했지만 한글로 해달라고 요청했다. 한글이 굉장히 시스템적으로 이해하기 쉬운 부분들이 있다. 이번 전시도 마찬가지로 시간을 가지고 작품을 보면 한글이 이렇게 멋진 글자라는 걸 알 것이다." -태싯그룹의 폭표는 뭔가. 가재발 "우리끼리만 성장하는 산업은 없다. 그 씬을 개척해야지만 우리가 인정받을 수 있고 새로운 후배들도 인정받는 계기가 된다. 우리가 미술과 음악, 양쪽에서 하는데 그걸 바꿔 말하면 미술과 음악도 아닌 경계에 있다. 정체가 불분명한 그런 경계에서 서 있는 이상한 작가들이 많아지는 세상이 왔다. 씬 개척을 하고자 하는 것은 우리가 유명해지자는 것보다는 사명감 같은 것이다." -WeSA(위사) 페스티벌도 그 일환으로 볼 수 있나. 가재발 "원래 태싯그룹을 후배들과 함께 끌어가려고 했다. 하지만 작업의 깊이가 있어서 나눠하기 쉽지 않았다. 새 멤버가 들어왔다가 나가기도 하고 다시 나가기도 한다. 하지만 점점 경력이 쌓일수록 새로 들어오긴 어려우니까 이 형태가 이뤄질까 잘은 모르겠다. 그런 면에서 씬 확장에 대한 고민을 하다가 '위사 페스티벌'을 만들었다. '우리가 부담스러우면 너네끼리라도 해봐'라는 의미로 7년째 후배들을 위한 장을 만들었다. 11월 초에 홍대 LAD 카페에서 전시하고 난해한 경계에 있는 작가들이 모여 공연도 하고 그럴 예정이니 많은 관심 바란다." -사실상 대중문화 결합이 씬 확장의 촉매 역할을 할 수도 있다. 가재발 "누가 먼저 제스처를 취하냐의 순서. 대중문화를 하는 사람이 같이하자고 하는 것과 애매한 경계에 힘들게 하는 사람이 대중문화와 함께 하고 싶다고 하는 것. 누가 봐도 정답이 있다. 그런 면에서 우리가 이야기 할 문제는 아닌 것 같다. '그것을 안 하겠다, 하겠다'라는 대답은 아니고 열려있지만 당분간은 쉽지 않을 것 같다." -앞으로의 전시 계획은. 장재호 "연말에 경리단길에 있는 피투원갤러리에서 개인전 준비하고 있다. 12월 중순으로 예상한다. 그동안 예술의 전당, 플랫폼엘 등 음악 위주의 핵심 공간에서 전시를 했는데 지금 계속 도전하는 것은 미술 씬 안에서의 공감이다. 전시를 만들 때 어떤 공간에서 어떻게 전시를 해야 할 것인가에 대한 도전을 계속해 나가고 있다." 황지영기자 hwang.jeeyoung@joongang.co.kr 2021.07.12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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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늙었단거냐" 윤여정 쉬운 영어에 세계가 빵 터졌다

“전 한국에서 굉장히 오랫동안 연기를 해 왔습니다. 근데 이번 영화는 하기 싫었습니다. 독립 영화라는 걸 알았거든요. 그 말은 즉 제가 고생할 거라는 뜻이죠.”(I’ve been in this business such a long time in Korea. I didn't wanna do it. Because I knew this was going to be an independent movie. That means, I'm going to suffer with all the things.) 영화 ‘미나리’로 아카데미 여우조연상 후보에 오른 배우 윤여정이 지난해 초 선댄스영화제에서 영화 상영 뒤 Q&A 시간에 한 말이다. 환한 미소를 머금은 채 농담조로 쏟아낸 솔직한 고백에 객석에서 웃음보가 터졌다. 미국이나 한국이나 저예산 독립영화의 제작 환경이 열악한 것은 뻔한 사실이라서다. 무대에 올라 ‘미나리’ 출연진과 나란히 소개받을 때부터 그는 좌중을 휘어잡았다. 정이삭(리 아이작 정) 감독이 “한국에서 온 전설적인(legendary) 배우”라고 운을 떼자 몸둘바 몰라 하면서도 “아이작, 전설적이란 말은 내가 늙었단 뜻이잖아(Isaac, ‘legendary’ means I am old)”라며 나무라듯 눈을 흘겼다. 다른 배우들이 촬영 과정을 진지하게 설명하고 난 뒤 마이크를 잡았을 땐 “다른 분들은 너무 심각한데 전 안 그래요(They are so serious, I am not that serious)”라며 분위기를 반전시켰다. 영화 속 할머니 순자 뿐 아니라 배우 윤여정 자체가 이날 무대의 신스틸러였다. 연기 경력 56년차의 74세 배우라 해도 라이브 현장에서 관객을 쥐었다 폈다 하는 건 보통 능력이 아니다. 게다가 윤여정은 이 모든 걸 스스로 영어로 한다. 그는 1970년대 중반 가수 조영남과 결혼해 미국으로 건너가 11년 살다 귀국한 것으로 알려진다. 서른 안팎에 해외로 가서 아이 둘을 키우며 영어를 익힌 것도 대단한데 귀국한 지 30여년째 그의 영어는 막힘이 없다. 이미 TV예능 ‘꽃보다 누나’ ‘윤식당’ ‘윤스테이’ 등에서 외국인과 자연스레 소통하는 모습을 과시해왔다. “미국에서 상당히 살았던 교포의 자연스러움이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외국어란 게 소통을 위한 도구에 불과하단 걸 알고 있다. 미국에서 살았다고 다 그렇게 잘하지 않는다. 한국인이라고 한국말을 다 잘하는 게 아니듯. 오히려 웬만한 미국인보다 듣기도 말하기도 잘하는 것 같다.” 12일 공개된 팟캐스트 '배우 언니' 스페셜 1탄, 뉴요커가 본 미국 '미나리' 현상. [사진 A24, 판씨네마]경력 22년의 동시통역사 홍희연(프리랜서)씨의 말이다. 홍씨가 첫손에 꼽은 윤여정의 능력은 외국인의 유머코드를 잘 안다는 것. “‘독립영화 안하려고 했다, 고생할 게 뻔하니까.’ 이렇게 미국인도 공감하는 상황을 현지어를 적절히 섞어 무겁지 않게 풀어낸다. 한국인들이 집착하는 문법, 발음보단 전달력에 집중하는 태도와 자신감이 사람을 끌어당긴다.” 여우조연상 후보 지명 소감도 마찬가지다. AP통신과의 화상 인터뷰에서 그는 자신과 함께 자가 격리 중인 친구 이인아 프로듀서와 둘이서 자축하겠다는 뜻을 비쳤다. 그러면서 “문제는 인아가 술을 전혀 못 한단 거다. 혼자 마셔야 한다. 그녀는 쳐다만 보게 될 거다.(The problem is Inah cannot drink any alcohol. so I need to drink by myself. She will be watching me drinking)”라는 깨알 유머를 잊지 않았다. 이런 유머 감각은 올 초부터 방영 중인 한옥 체험 리얼리티쇼 ‘윤스테이’에서 특히 두드러진다. 외국인 손님들이 오징어 먹물이 들어간 메뉴를 조심스러워 하며 “우리 독살하는 거 아니죠?”라고 짓궂게 물었을 때 그는 표정도 바꾸지 않고 “오늘밤은 아니고, 내일은 모르죠(Not tonight, maybe tomorrow)”라고 재치 있게 답했다. 부부이자 연구실 동료라는 이들에겐 “24시간 붙어 있는 게 괜찮냐?”고 물어봤을 때 남편이 “축복이죠”라고 답하자 “아내 생각은 다를지 모른다”며 귓속말로 따로 묻는 시늉을 했다. 티키타카식 농담과 재치에 손님들은 일제히 “사랑스럽다(sweet, lovely)”는 반응을 보였다. 꾸준한 학습 의지도 돋보인다. 손님에게 우엉차를 대접하자 우엉이 뭐냐는 질문이 들어왔다. 뉴요커 출신 이서진도, 캐나다 시민권자 최우식도 몰라서 난색을 표할 때 윤여정은 일단 “전통차다. 몸에 좋다(good for your health)”며 권했다. 그리고선 돌아서서 인터넷 어학사전을 검색했다. “영어로는 Burdock이다”고 알려주는 모습에서 수십년간 몸에 밴 습관이 묻어났다. 예의 차리느라 해야 할 말을 안 하는 것도 아니다. ‘미나리’가 골든글로브 외국어영화상을 수상한 뒤 미 CBS ‘굿모닝 아메리카’와 인터뷰 했을 때 앵커로부터 “한국의 메릴 스트리프”라는 말을 듣자 그는 “우선 저를 한국의 메릴 스트리프라고 하셨는데… 스트리프는 그런 말 들으면 싫어할 것이다(웃음). 칭찬으로 듣겠다”고 말해 진행자들의 웃음을 자아냈다. 홍씨는 “통역할 때도 언어 뿐 아니라 비언어적인 걸 포착해서 녹여내는 게 중요한데 윤여정은 오랜 배우 생활에서 그런 훈련이 잘 돼 있다”고 짚었다. “대답할 때 태도나 말에 감정을 싣는 것, 문장의 어떤 지점에서 쉬어주면서 상대 반응을 보고 리액션하는 게 능숙하다. 고급 단어를 쓰지 않고도 영어를 잘 한다는 인상을 주는 이유다.” 지난해 ‘봉준호의 입’으로 국내외의 관심을 한데 받은 통역사 샤론 최(최성재)와는 사뭇 다른 영어 스타일이다. 홍씨는 “샤론 최는 소통도 뛰어날 뿐 아니라 언어를 고르는 감각이 탁월하다”고 감탄했다. 대표적으로 꼽은 게 미 NBC ‘지미 팰런 쇼’ 출연 때다. 봉 감독이 ‘기생충’에 대해 “(스토리는) 되도록 여기서 말을 안 하고 싶다. 스토리를 모르고 가서 봐야 재밌다”라고 하자 샤론 최는 이를 “I'd like to say as little as possible here because the film is the best when you go into it cold.”라고 옮겼다. 홍씨는 “(go) cold의 용법이 기가 막히게 적절했다. 통역사로서 내가 배우고 싶을 정도였다. 윤여정은 그처럼 인상적인 ‘현지 영어’는 없지만 주눅 들지 않는 태도와 소통하려는 진실함이 돋보인다. 동시에 내가 나라는 데 당당하다. 봉준호 감독의 영어도 그렇다”고 했다. 정작 윤여정은 자신의 영어에 대한 평가가 박하다. 한 인터뷰에서 그는 “남의 나라 말은 끝이 없다. 내가 거기서 태어난 사람이 아니면 완벽하게 할 순 없다. 그래서 ‘윤스테이’를 안 본다. 내가 틀린 거 알기 때문에. 틀린 걸 막 썼을 거다. 아우 짜증난다”고 털어놨다. 그럼에도 그의 화술이 언어 장벽을 뛰어넘는 것은 매 순간에 충실하기 때문일 터다. ‘윤식당’에서 그가 손님들에게 자주 했던 말처럼. “우리는 프로 요리사가 아닙니다. 하지만 최선을 다했어요(We are not professional chefs but we did our best).” 강혜란 기자 theother@joongang.co.kr 2021.03.18 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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